애린캡
애린 일기
짝꿍
애린
2008-09-07 17:42:10, 조회 :
5,032
, 추천 :
1007
“종희니?”
“누구세요?”
“나야 선화”
“선화?”
“그래...초등학교 동창....”
그때서야 나는 희미한 형상으로 다가서는 한 친구를 생각해냈다.
그럴 것이 내 기억의 그녀는 나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자리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 후 석 달 만에 만남이 이루어졌다.
친구는 생각보다 많이 변해있었다. 그러나 저 멀리 잊혀져간 얼굴 사이로 클로즈업 되어 다가오는 고운 미소는 여전했다.
짝꿍이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할 수 없는 나를 짝꿍이어서 더 보고 싶었다는 그녀는 어쭙잖은 내 기억에 내심 섭섭했을 것이다.
그러나 6년 동안 스치고 스친 수많은 짝꿍들 중 왜 하필 내가 보고 싶었을까. 하는 의문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다.
“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곡성에서 학교 다닐 때야. 우리 옆집엔 감나무 집이 있었고 그 집과 우리 집은 큰 나무 대문이 있었어.
그리고 그 대문 앞에는 길 다란 골목이 있었고 그 골목을 빠져나오면 큰 시냇가가 있었는데 그 시냇가를 방문만 열면 바라볼 수 있는 국수집도 있었지.
그 국수집 큰 딸은 서울로 식모살이 떠났다가 명절만 되면 동생들 선물을 잔뜩 사와서 내 부러움을 샀었는데,그보다 더 부러웠던 것은 햇살 좋은 그 집 마당에 하얀 기저귀처럼 널려있는 국수발이었단다.
그리고 그 국수처럼 하얀 손을 가진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국수집을 스쳐 포플러 나무가 서있는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큰 도로가에 있었지.
그런데 나는 하얗고 예쁜 손을 가진 그 친구가 가끔 불쌍해보였어. 왜냐하면 그 친구 아빠는 술만 드시면 너무 무섭게 돌변하셨거든...
그런데 나는 내 말투 때문에 그 친구 아빠보다 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지. 우리 집 앞 골목에서 한 아이가 그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나를 놀렸거든...꼭 이북에서 온 가시네 같다고...그건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 때문이었는데 어쨌거나 나는 그 후로 할 말을 잃어버렸어.
그렇지만 그리 나쁜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야. 포플러나무가 서있는 다리 밑에서 고물상을 하던 같은 반 남자 짝꿍과 싸워서 내가 이겼거든...
그 아이는 코피때문에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결국엔 내가 울고 있는 그 아이를 시냇물로 깨끗히 씻어주었단다.
그 기억은 아직도 새파란 하늘을 스치는 철새의 날개처럼 지금도 내 유년의 바다를 유유히 유영하고 있지.
그래....그랬지...우린....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그 너머의 무지개 빛깔이 있었고,
지금은 추억의 퍼즐조각을 찾아가며 다하지 못한 우리의 우정을 맞추고 있는 중이지....
♬♪^ . Island of dreams - Cu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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