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남편은 팔자에도 없을 것 같았던 뱃살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그래서 11층이나 되는 계단을 걸어 다니느라 보통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퇴근하고 귀가 할 때는 도저히 배가 고파 올라 올 수가 없다나.…
어제가 그런 남편의 생일 이었다.
생일 상을 차리면서
아들의 대단한 응원을 받으며
한참 인터넷 고스톱을 즐기는 그에게
집안 청소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이 특별한 날까지
이 귀한 몸이 청소를 해야 쓰겠냐고 투덜거리는 게 아닌가...
이럴 때 딸아이만 있었으면
우리집 식구는 못 말리는 왕자 병, 공주병에 걸렸다고
또 한 소리 했을 텐데…
그래도 남편은 내 부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다
아들에게 장난감 정리를 시키고 마음에 썩 들지 않지만
쓱싹 청소를 끝내고 화초 목욕까지 시켜 주더니
며칠 전에 봉긋하게 솟은 양난 꽃봉오리가
밤 사이에 기어이 터진 걸 보며
“이 꽃도 오늘이 내 생일 날인지 아나 보네” 하며 기쁨을 못 감추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속으로 한마디 했지…….. ‘대단한 왕자 병…’
그래도 내 정성 다해 푸짐한 상을 차리고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딸아이와
이웃에 사는 동생내외와
그리고 이웃과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지.
그때 아들 녀석은
아빠생일 참 오랜만에 한다고 유난히 떠들었고…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이 낯선 타국까지 와서 고생하는 남편!
뱃살 나와도 괜찮으니
부디 건강하고 오래 사시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