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지 않아도 애기명절 이라는 추석이 보름 전부터 이곳에도 찾아왔었다.
통일궁 주변 공원에는 원색의 연등이 출렁이고 제과점마다 이 무렵에 주고받는다는 추석 빵들이 일제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추석날이 되어도 평소와 다름없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로 향해야 했다.
때가 되면 찾아올 사람이 있고 찾아볼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명절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엉망이 되긴 했지만 아이들과 송편도 만들어보았고,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명절음식을 대하는 남정네들 표정이 달덩이 같았다. 하긴 이들이 제대로 된 명절 음식을 먹어 본지가 3년이 다 되어가네…
그날 퇴근길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달님을 보고 남편은 몇 가지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녁을 먹고 옥상에 올라 달님 얼굴 한 번 보라 했는데, 그 밤하늘엔 온통 구름만이 도시의 야경을 감싸고 있었지... 달님도 못 만날 걸 옥상에는 괜히 올랐나 보다…한참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던 그 연인은 우리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다음주 월요일이면 명절 연휴가 끝나는 아이들이 등교를 한다. 아직 계절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은 아이에게 사계절의 특징을 말해주며 4살적 우리나라에서 보았던 하얀 눈도 기억해 보라 했다. 여전히 계절을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국 땅에서 만나본 추석만큼은 오래오래 기억하겠지.
달이 기우니 그 옛날 시골 처녀의 수줍은 볼 같은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한파가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린다.
갑자기 가을코트가 입고 싶다. 그 산은 또 얼마나 고울까.
2004.10.2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07 09:40)
애린
어느덧 시월 이네요.
첫 아이가 태어나던 그 해 시월
치악산의 단풍을 보았답니다.
시월의 고운빛이 여러분 가슴마다 물들 길
기원합니다.
2004-10-02 18:37:07
라이파이
애린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 지금 흐르는 이곡이 뭔지요? 전에 애린홈의 오프닝 시그날 뮤직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사실 이 음악 들으려고 애린홈을 자주 찾았지요 웬지 슬프고 아련하네요 낭끄트머리에서 먼바다를 바라보는 꿈많은 소녀를 보는것 같군요...